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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활/우리집

[자반항 리뉴얼] 새 식구와 새 집을 짓다

자반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결국은 애어들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여러종류의 말라위가 살고 있었고, 각 종류마다 구한 방법도 장소도 제 각각 스토리가 있는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녀석들이지만


몸이 커지면 커질 수록, 어항은 더 작게 느껴지고, 치어때부터 함께 하던 녀석들을 끊임없이 죽이고 그것을 먹어버리는 것을 보고 더는 마음이 아파 분양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무료분양. 단, 조건은 큰 어항이 있을 것. 4자 어항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에게 밤12시 대구에서 경산까지 점프해서 직접가져다 드렸습니다다. 피드백이 없는것이 몹시 아쉬우나 이미 내 손을 떠나버린 녀석들이니 잘 살길 바래보는 수밖에..


잠깐의 휴식기를 통해 어항과 여과기 등 싹! 청소를 하고 새로운 구상에 나섰습니다.

무엇을 키울까. 그리고 어떻게 키워볼까


자반어항이라는 조건과 유행하는 어종을 쫒아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 조금이라도 희소성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패각항을 결심했습니다. 큰 재미는 없을 것이라 들었지만, 오래두고 지켜주고 싶은 녀석들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레이아웃을 하고 물을 잡을 차례!


사실, 초기 세팅시 물잡이에 대한 의문이 아직도 있다. 엄청 예민한 종을 키워보지 않아서 잘 못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초기 직수(아파트 기준)로 잡은 물엔 물고기가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초기에 물고기가 똥을 싸서 생기는 암모니아 성분이 있겠지만 대용량의 원채 맑은 물에 퍼지면 충분히 희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초기 세팅후 물잡이를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한 두달씩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진 않습니다. 여과기가 돈다해도 어디까지나 고인물은 썪는 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닥에 침착될 수 있는 암모니아 성분 및 독성이 어항 바닥에 고여있지 않고 수류를 통해 충분히 회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성을 분산 희석 시켜 약해지게 하는 효과와 여과기 등 어항 전체에 퍼져있을 박테리아들에게 고루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선 직접 수류가 어항을 회전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법이 있고, 기포기 등을 통해 물이 바닥으로 부터 상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만 해줘도 순환이란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는 물고기를 빨리 넣고 싶은 급한 성격을 대변하는 장대한 핑계고...대열모 카페를 통해 시밀리스 분양글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간혹 물티는 볼 수 있지만 시밀리스는 참 보기 힘들더군요. 


cf. 물티와 시밀리스는 사촌 정도되는 분명 다른 종입니다. 우선 머리까지 이어지는 띠와 흰바탕에 띠가 있는 것 같은 물티, 갈색 바탕에 흰 띠가 있는 것 같은 시밀리스정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죠


그리하여, 예전에 분양한 적이 있으신 분께 직접 쪽지를 보내고 가능하단 답변을 듣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날라갔습니다. 조~금 늦은 도착으로 참 죄송했었는데, 푸근한 인상을 지닌 수호천사께서 한 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카페 봉달이를 들고 계셨습니다. 


딱히, 몇 마리를 분양해달라, 얼마에 달라는 이야기를 제가 정신이 없어 드리지 못했는데 열마리나 주시며, 아무것도 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셔서 얼마나 죄송했는지요... 하다 못해 음료수나 먹을거래두 성의로 챙겨드렸어야 했지만... 2주간에 걸쳤던 밤샘 야근의 강행군 종료 바로 다음 날이었던지라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염치 없이 멀리서 와주셨는데라고 오히려 미안해하시는 수호천사분을 뒤로하고 봉달이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는 가장 행복한 드라이빙으로 집으로 돌아 왔던 기억이 납니다.




시밀리스 패각항을 준비하면서 레이아웃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흔히 패각항은 산호사 깔고 소라 던져주면 된다고 많이들 말씀하시고 실제로 그렇게 잘 키우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냥 쉬워, 대충하면 돼가 제 맘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소라무덤 말고! 좀더 자연에 가깝고 실용적이며 보기에도 이쁜 어항을 찾아보고자 몇일간을 구글링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다양한 샘플들을 채집하고, 탕가니카 호수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몇편 봤습니다. 실제로 이놈들이 살던 환경에 대해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무한 구글링을 통해 상당히 꼽히는 레이아웃을 발견하였고, 그 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준비하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탕가니카 호수에는 해구석이 없다는 점, 실제로 단순한 소라무덤 같은 곳에서 산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레이아웃이 있었기 때문에 애써 눈감고 도전해 보았습니다.



제가 구상한 레이아웃은 


1. 자연친화적이어야 한다.

2. 효율적이어야 한다.

3. 이!뻐!야 한다. 


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시밀리스의 특성을 고려해 제작하였습니다. 시밀리스 같은 패각종은 한 군데 자리를 정해두고 좀처럼 벚어나지 않으며, 영역에대한 강한 집착이 있는 종입니다. 즉 충분한 영역이 만들어지면 그 만큼 싸울일도 줄어드는 것이지요.


단면적을 넓혀 어항의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되 이쁘고 자연친화적으로!

전용면적을 넓혀 층을 쌓아가는 우리네 아파트와 참 닮은 발상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산호사 바닥에 돌로 층을 쌓고, 사이사이를 큰 뼈산호사 그리고 슈가 산호사로 덮어주는 과정으로 시멘트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따개비 속, 산호 사이, 돌틈 사이 뿐만 아니라 돌틈 안에도 나름의 길이 있고 공간이 있죠. 개미집을 연상하시면 이해가 쉬우 실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도전한 레이아웃은 가운데 꼬깔 같은 섬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꼭대기 해구석을 통해 적당한 비대칭감도 주며, 사실상 제가 한 레이아웃중에 가장 이쁘다고 생각하는 레이아웃 입니다. 하지만, 물고기들이 들어가 있다는 뇌피셜 시뮬레이션 결과. 아마 물고기들이 섬 뒤쪽에서 맨날 살다가 밥먹을 때만 얼굴을 보이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어 패기를 결심하였습니다.






두 번째, 좌측정렬 안

아무리 숨더라도 내 눈에는 보여야 한다! 너희는 관상어이기 때문이다. 라는 마음으로 변화를 줘봤습니다.

생각한 것 보다 돌도 부족하고 산호사도 부족했습니다. 만드로 3시간 만에 엎어버렸습니다. 의도는 좋으나 3번! 이쁘지 않았습니다.





수족관에 달려가 해구석 두덩이와 산호사 한포를 더 구매합니다. 좀 더 굵은 것을 샀어야 했는데 슈가를 산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이제는 미관과 적절한 여백과 균형까지 잡힌 레이아웃을 만들어 냈습니다. 100% 만족은 안되지만, 가진 조건 하에선 나름 만족하며 이대로 오래가도 되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2번째 레이아웃을 하고 물고기 물맞댐을 통해 이미 풀어버려 물고기가 있는 상태로 물을 3/1 남겨두고 한 작업이라 완벽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기들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핑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 만족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경솔했던 저를 자책하며, 이 환경에서 재미있고 편안하게 저와 오래오래 합께 했으면 합니다. 전 그럼 물멍....+_+